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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분자 / boonjayoo@hotmail.com
혜천대학교 간호학부 세계총동문회 회장

낙엽만 봐도 까르르 넘어가는 십대 후반 처음 만난 친구가 대학동창이다. 아무리 말수가 적더라도 이 때의 친구를 만나면 대부분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이처럼 몇십년 만에 만나더라도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는 사이가 동창이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것도 이젠 옛말이다. 내 나이 70하고도 중반이 넘다보니 접시가 서너장 깨지면 어떠랴 하는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만나서 반갑고, 얘기하다 보니 즐거운데 수다 만큼 좋은 보약도 없을 성 싶다.

사실 우리의 수다는 서양에 비해선 그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얼마 전 흥미있는 기사를 하나 읽었다. 영국여성은 깨어있는 시간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수다에 쏟아붓는다는 내용이다. 요리에서부터 연애, 아이들과 시어머니 이야기, 남편 흉보기 등 닥치는대로 떠들어댄다는 것이다. 영국여성들은 폭풍 수다를 떠는 셈이다.

평균적으로 여성은 하루 2만단어를 사용하는데 반해 남자들은 7천단어에 불과하다고 한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긴 것도 수다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수다는 세로토닌 증가, 근육이완 등 인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식욕ㆍ수면 장애를 치유하며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정신과 의사가 아니더라도 우울증의 치료법은 누구나 상식으로 알고 있다. 마음을 툭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를 찾으라는 조언이다. 언제부턴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각박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동창만한 친구가 어디 있겠는가. 흉허물이 없어 마음의 병이 되는 스트레스를 수다로 털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언어가 발달한 이유는 수다를 떨기 위해서라고 주장한 인류학자도 있다. 개인이나 조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수다는 모든 관계의 시작이며 우정과 비즈니스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험담마저도 스트레스 감소와 자긍심 함양, 유대감 증진에 도움이 된다니 수다 예찬론을 펼칠만도 하겠다.

미국 얘기이지만 어느 인디언 부족은 갓 태어난 아이에게 ‘웃음 부모’를 정해준다고 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웃음 부모를 찾아가 수다를 떨며 고통과 위기를 헤쳐나가는 풍습이다. 그 옛날 우리 아낙네들도 우물가에서 수다를 떨지 않았다면 스트레스를 견뎌내지 못했을 것 같다.

우리 동문회야말로 ‘웃음부모’나 동네 ‘우물쉼터’ 역할을 대신해 줄 모임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쁜 일과 슬픈 일을 함께 공유해 줄 상대가 있다는 것만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요즘 삶의 키워드는 ‘웰빙’과 ‘웰에이징’으로 요약된다. 동창끼리 만나 수다를 떨다 보면 돈 한 푼 안들이고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또 행복해져 잘 늙어갈 수 있다.

동문회는 만남의 장이자 정보교환의 장이기도 하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총동문회가 한국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2012년 10월5일에는 다시 미국 뉴욕을 찾는다.

그동안 30년40년 못만난동기들이 홍보가 잘돼 4차 뉴욕 총회에선 부부동반 참가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부 회원들은 동문회 참가를 위해 체력단련에도 힘을 쓰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마침 혜천대학교 간호학부 세계총동문회가 웹사이트를 개설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웹사이트가 동문들의 ‘수다방’이 돼 소식과 정보의 교류는 물론 함께 꿈을 이뤄나가는 선후배의 공간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1년 10월 09일 혜천동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